
목차
- 서론: 들뢰즈 철학으로 중독을 다시 묻는다
- 들뢰즈 철학에서 본 욕망의 본질
- 중독을 들뢰즈적으로 해석한다는 것
- 결론: 중독은 억제보다 생성적 전환이 필요하다
- 마무리: 들뢰즈 철학으로 중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다
서론: 들뢰즈 철학으로 중독을 다시 묻는다
중독은 단순한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그냥 끊으면 되잖아”, “왜 거기에 빠지는 거야?”라는 말은 중독을 병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은 단지 결핍을 메우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항상 더 많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욕망하는 존재이며, 그 욕망의 구조 자체를 이해하지 않으면 중독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Deleuze)는 전통적인 심리학과 철학이 욕망을 ‘결핍’의 논리로 설명한 것에 강하게 저항했다. 그는 욕망을 결핍을 메우는 힘이 아니라, 생성하고 연결하고 흐르게 하는 힘으로 보았다. 들뢰즈에게 욕망은 단지 억제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힘이다.
이 글에서는 들뢰즈 철학에서 말하는 욕망의 본질을 바탕으로, 중독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특히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제시한 개념들과 연결해 중독을 ‘억압’의 문제가 아닌 ‘생성’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하고자 한다.
들뢰즈 철학에서 본 욕망의 본질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말하는 욕망의 흐름
들뢰즈는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와 함께 쓴 『안티 오이디푸스(Anti-Oedipus)』에서 욕망에 대한 기존의 정신분석적 접근을 비판했다. 프로이트는 욕망을 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의 결과로 보았고, 그것이 결국 오이디푸스 콤플스라는 가족 구조로 귀결된다고 봤다.
하지만 들뢰즈는 욕망이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그는 욕망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흐름이라고 말한다. 즉, 욕망은 어떤 대상을 결핍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연결하고 생성하려는 능동적인 힘이다.
들뢰즈는 욕망을 ‘생산’의 차원에서 이해함으로써, 중독이라는 현상 역시 결핍을 채우는 병적 행동이 아니라, 욕망이 어떤 지점에 고정되면서 흐름이 막힌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중독은 욕망이 멈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한 반복적 회로 안에서 지나치게 순환되고 있는 상태다.
욕망 기계(desiring-machines)와 중독의 기전
들뢰즈와 가타리는 욕망을 설명할 때 ‘욕망 기계(desiring-machines)’라는 독특한 개념을 사용했다. 이 개념은 욕망이 하나의 닫힌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과 연결되어 작동하는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중독을 생각해보자. 단순히 SNS를 보고 싶은 욕구가 아니라, ‘심심함’ → ‘알림 확인’ → ‘좋아요 확인’ → ‘다시 피드 탐색’이라는 욕망의 회로가 만들어지고, 이는 하나의 기계처럼 반복된다. 들뢰즈는 이런 반복이 단지 부정적인 순환이 아니라, 어떻게 연결되고 작동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중독은 욕망이 병들었다기보다는, 욕망 기계의 구조가 단일화되고 단조롭게 고착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는 들뢰즈가 말하는 생성적 흐름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중독을 들뢰즈적으로 해석한다는 것
중독은 통제가 아닌 생성이다
전통적인 중독 치료는 통제와 억제를 강조한다. ‘끊어야 한다’,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들뢰즈 철학에서는 통제보다는 생성으로의 전환이 더 중요한 방향이다. 욕망은 본래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흐름이고, 연결이며, 운동이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열어주는 새로운 연결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가 단순히 술을 끊는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의 욕망이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들뢰즈의 관점에서는 욕망의 재조립이 치료의 핵심이다.
반복과 중독: 반복은 같은 것이 아니다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에서 반복을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항상 차이를 포함한 반복이라고 설명한다. 중독은 겉보기에는 같은 행동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번 다른 맥락과 감정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왜 계속 반복되는가?”가 아니라, “그 반복 안에서 어떤 차이가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중독자의 행동은 매번 같은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체되지 않은 욕망의 흔적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 들뢰즈는 그 흔적을 해석하고, 새로운 흐름으로 전환하는 것이 철학과 치료의 접점이라 보았다.
결론: 중독은 억제보다 생성적 전환이 필요하다
중독을 들뢰즈 철학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중독은 병이 아니라, 욕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막혀 있는 상태다. 욕망을 억제하고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들뢰즈 철학이 중독 문제에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금지나 통제가 아니라, 욕망의 흐름을 다양하게 열어주는 창조적 행위다. 그것은 예술, 글쓰기, 관계, 움직임, 또는 새로운 삶의 리듬일 수 있다. 들뢰즈는 인간을 ‘되기(becoming)’의 존재로 보았고, 그 되기를 통해 욕망은 항상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마무리: 들뢰즈 철학으로 중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다
질 들뢰즈의 철학은 단지 난해한 철학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도구다. 중독이라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을 그저 병리로만 다룬다면,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들뢰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욕망은 왜 멈추지 않는가?” 그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순하다. “욕망은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중독은 그 흐름이 막힌 지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그것은 다시 흐르게 해야 하는 문제다. 억제보다는 생성, 통제보다는 연결, 반복보다는 차이. 들뢰즈 철학은 그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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